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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정
<오만과 편견: 문학과 영화 비교& 영화 장면 분석하기>
I. 들어가기 전에
영화는 Joe Wright 감독의 2006년작 버전을, 문학작품은 김지선 번역의 천지인 출판사 버전을 택하였다. 그리고 11번째 sequence 중 주인공이 외삼촌, 외숙모와 함께 다아시의 저택을 방문하는 장면(다아시 저택으로 들어가는 shot부터 조지아나와 함께있는 다아시와 눈이 마주칠 때까지)을 선택하여 분석하였다. 특별히 11번째 시퀀스 중 이 장면을 선택한 이유는 내용적으로 형식적으로 모두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내용적으로, 이 장면이 주인공인 엘리자벳이 다아시에 대한 생각이 모두 ‘편견’이었음을 깨닫고 난 후의 감정을 너무나 잘 표현하였기 때문이며 형식적으로는 11번째 장면이 위에서 찍은 장면이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장면을 선택하게 되었다.
II. 영화의 Shot 분석
1> 엘리자벳과 외삼촌 외숙모와 함께 다아시의 저택을 방문하면서 처음 나오는 shot : 이 샷은 우선 익스트림 롱 샷으로 찍혔으며 Bird’s eye view angle shot에서 eye level agle shot으로의 변환을 보여 주는 보기 드문 shot이다. 이 변환은 한 쇼트 내에서 이루어지며 크레인 쇼트로 찍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쇼트 내에서의 심도가 돋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멀리 있는 나무들까지도 선명하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 광각렌즈를 사용했음을 추측해볼 수도 있다.
2> 다아시의 저택을 멀리서 보여 주는 shot : 그 다음 바로 자연스레(연속편집) 익스트림 롱 샷으로 다아시의 저택을 보여 준다. 이것은 일종의 설정 샷으로 공간적인 준거 틀로 사용되며 또 다아시의 저택의 웅장함을 보여줌으로써 얼마나 그가 엘리자벳과는 달리 지위가 높은지에 대해서도 암시한다. 또 이 쇼트는 눈높이에서 트래킹 샷으로 찍었음을 알 수 있다.
3> 웅장함에 놀라는 shot : 엘리자벳이 다아시의 저택을 보고 놀라면서 동시에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는 샷이다. 자신이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운 마음, 이렇게 재력을 가진 사람의 청혼을 거절하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서 오는 자신에 대한 놀라움 등이 있었을 것이다. 또 외숙모와 외삼촌도 그 규모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 샷은 미디엄 클로즈업 샷으로 눈높이에서 찍은 아이레벨 샷이다.
4>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걷는 shot : 다아시의 저택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걷는 엘리자베스 베넷과 앞서 가는 외숙모, 외삼촌 그리고 하녀장이 가는 샷이다. Bird’s eye view 쇼트이면서 롱 샷으로 찍혔다. 거의 수직으로 배우들을 내려다보며 찍은 것인데, 감독은 저택의 압도적인 크기를 강조하기 위해 이렇게 찍지 않았나 싶다.
5> 그림을 비춰주는 shot: 이것은 주관적인 시점 샷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바로 앞의 샷에서 위를 보며 걷는 주인공의 모습을 비춰주고 그 다음 자연스레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그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쇼트는 크레인으로 찍은 것으로 , 높은 천장의 그림을 찍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 오면서 외삼촌과 외숙모를 롱 샷으로 보여준다.
6> 엘리자벳을 클로즈업한 shot : 그림을 보고 있는 엘리자벳의 표정을 아이레벨로 클로즈업한 샷이다. 그녀가 다아시의 섬세한 심미안을 점차 알게 되는 부분이라 클로즈업으로 처리한 것 같다.
7> 조각상을 보여 주는 shot : 여기서부터는 다아시가 수집하는 조각들을 모아둔 곳 (조각 전시관)으로 옮겨 간다. 조각상의 얼굴을 정면에서 측면으로 천천히 보여 주는 샷이다. 이것도 주인공의 시점으로 본 샷인 주관적 시점 샷으로 핸드 헬드샷, 클로즈업 샷에 해당된다. Steadicam shot임을 알 수 있는 이유는 화면이 부드럽고 유연한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8> 엘리자벳이 조각상들을 찬찬히 보는 shot : 이 샷은 클로즈업으로 조각상들을 바라보는 배우의 표정과 그 하얀 조각상들을 같이 잡아 내고 있다. 이 또한 스테디캠으로 찍은 것으로 조각상들을 스테디캠으로만 찍은 것으로도 인물의 감정 생각들을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아시의 감각적인 영혼, 심미안, 감수성을 점차 깨달음으로써 점차 엘리자벳은 그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9> 조각상만 보여주는 shot: 이 샷은 특이하게 디졸브를 화면 전환 방식으로 쓰고 있다. 남자의 몸을 조각한 것으로 익스트림 클로즈업 샷으로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보여 준다.(스테디캠) 이는 엘리자벳이 성(sexuality)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암시이다.
10> 엘리자벳이 조각상들을 찬찬히 보는 shot 2 : 이 부분도 디졸브로 화면이 전환되며 요번에는 주인공이 찬찬히 바라보는 조각상이 여자의 몸이라는 것이다(스테디캠). 이것도 바로 전의 샷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몸, 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심리를 암시하는 부분이다.
11> 다아시의 조각상 shot : 이 샷까지만 디졸브가 화면전환 방식이 쓰였으나 여전히 스테디캠을 사용하여 찍었다. 다아시의 조각상을 아이레벨로 촬영한 것이며, 주관적 엘리자벳이 보고 있는 대상을 보여 주는 것으로써 주관적인 시점 샷이라고도 할 수 있다.
12~13> 다아시의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는 shot : 다아시의 조각상을 먼저 보여 주고 그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는 대상과 인물들을 찍은 샷으로 여기서부터는 디졸브가 아닌 cut로서 화면이 전환된다. 그리고 이 샷에서는 엘리자벳이 자신의 다아시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됨을 알 수 있다. 이전의 다아시에게 가지고 있던 ‘편견’들을 버리고 그가 얼마나 세밀하고 감수성이 풍부한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하녀장이 그녀에게 “주인님을 아시나요?”라고 물어봤을 때의 대답이 “아주 조금요”이라고 대답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가 지금까지 편견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았고 , 자신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또한 이 샷에서는 미디엄 클로즈업에서 클로즈업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짐으로써 인물의 이러한 미묘한 감정을 이 스테디캠으로 효과적으로 잘 잡아내고 있다.
14> 다아시의 저택의 내부를 둘러다 보는 shot : 조각 전시관에서 나와 저택 내부를 혼자 둘러다 보는 장면이다. 이 샷은 인물의 전신을 보여주는 것에서 인물의 바스트까지 화편화됨을 볼 수 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변환될 때에는 zoom이 아닌 스태디 캠이 사용되었다. 서사적인 영화이고, 관객의 감정이입이 중요한 영화이니만큼 줌샷이 아닌 스태디캠 샷을 주로 이용하였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5> 저택 안에 있는 장식품들을 만져보는 shot : 엘리자벳은 저택안에 있는 섬세하고 작고 큰 조각들을 하나하나 만져본다. 이 샷은 스태디 캠을 이용하여 엘리자벳의 손만 보여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인물을 바스트까지 화편화하는 클로즈업으로 끝난다. 이렇게 손만 보여주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은 그녀의 느낌과 감정이 어떤지를 대변해준다. 다아시가 소장하고 있는 것들을 만짐으로 인해서 그의 감수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며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도 찬찬히 반성을 하는 것이다.
16~17> 창 밖을 바라보는 엘리자벳과 창 밖 풍경 shot :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거의 대부분주관적인 시점 샷인 인물이 보고있는 대상을 먼저 보여 주고 난 후에 인물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 두개의 샷도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법칙을 따른다. 또한 이 샷들은, 주인공이 듣게 되는 조지아나의 피아노 소리와 함께 어울리며 자연스러운 장면을 연출해 낸다. 또 덧붙여, 창 밖 풍경(익스트림 롱 샷)은 멀리 있는 것까지 선명히 잘 보이는 것으로 보아 광각렌즈를 사용한 것이다.
18,20,22,24> 문 틈 사이를 엿보는 엘리자벳의 얼굴을 화편화한 shots: 주인공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아메리칸 샷인 바로 전 샷(17)에서 클로즈업 샷으로 엘리자벳의 호기심 찬 눈과 표정을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영화를 보는 관객의 호기심 또한 자극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다아시를 거울을 통해 본 엘리자벳의 표정을 잡은 22 shot과 24shot에서는 떨림, 당혹스러움, 애정의 감정 등의 미묘한 표정변화를 읽을 수 있다.
19,21,23,25> 조지아나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과 다아시를 화편화한 shots: 주관적인 시점 샷으로 주인공이 보고 있는 대상을 카메라도 문 틈을 통해 찍은 듯 하다. 조지아나를 뚜렷이 볼 수 있도록 촬영한 것이 아니라 정말 인물의 눈으로 보듯 문 틈이 살짝 보이도록 찍은 것이다. 그럼으로써 더욱 관객은 호기심을 갖게 된다. 또 21 shot에선 거울에 반사되는 다아시의 뒷 모습을 보여주고 25 shot에서는 다아시가 먼저 엘리자벳을 발견하는 것을 거울에 반사되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26> 놀란 엘리자베스의 눈을 잡은 shot: 이 샷은 익스트림 클로즈업 샷이면서 줌 인 샷을 쓴 것으로 보인다. 줌 인을 통해 배우의 눈을 순간적으로 잡은 것은 그녀의 놀란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줌 인 샷이 관객들에게 한 순간 확 다가오듯, 그녀도 한 순간 화들짝 놀란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18 샷부터 26 샷까지는 정말 빠른 속도로 화면이 전환되는데 이러한 짧은 샷 지속시간과 많은 샷의 사용은 인물의 긴장된 감정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이다.
III. 영화와 문학과 비교분석(선택한 장면 한정) 1> 소설에서는 엘리자벳이 펨벌리 하우스를 가는 동안의 감정에 대한 묘사가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반면 영화에서는 그녀가 펨벌리 하우스를 가는 동안의 생각이나 감정 등을 알 수 없다. 단지 펨벌리 하우스를 가는 동안의 마차를 잠깐 보여주며 펨벌리 하우스에 도착했을 때의 표정을 통해 잠시 감정에 대해 읽을 수 있을 뿐이다. 펨벌리 하우스에 도착한 후의 엘리자벳의 감정 표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지금쯤이면 이 방들에 익숙해졌을지도 몰라. 그리고 삼촌과 숙모를 손님으로 반갑게 맞았겠지. 하지만 아니야’ 엘리자베스는 현실로 돌아왔다. ‘그런 일은 절대로 없었을 거야. 삼촌과 숙모를 다시는 만나지도 못했을 걸. 하물며 초대하는 건 어림도 없었을 거야.’ 그런 생각이 떠올라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후회 같은 감정을 느낄 뻔했다.“ 라는 소설의 직접적인 서술을 통해 독자는 엘리자벳의 혼란스럽고 복잡미묘한 생각을 읽을 수 있으나, 영화에서는 배우의 대사와 표정을 통해 이러한 감정은 읽기가 힘들다. 단지 주인공이 그의 재력에 놀라고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에 대한 깨달음, 또 그의 감수성과 따뜻함을 느낌으로 인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가에 대한 감정만을 읽을 수 있을 뿐이지, 순간의 감정의 흔들림 같은 것은 잡아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두 매체의 성격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2> 소설에서는 그림 전시관이라는 장소가 영화에서는 조각 전시관이라는 장소로 바뀌었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또 이 장면에서는 영화에서는 소설에서와는 달리 인물간의 대사가 거의 없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감독이 그림 대신 조각으로 바꾸었을까 의문이었지만, 감독의 직접해설을 통해 그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주인공의 ‘성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몸을 조각한 하얀 조각상들을 찬찬히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 스태디캠의 유연한 촬영은 이를 암시하는 듯 하다. 또 대사가 거의 없는 것도 이러한 감독의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영화에서 소설에서와 같이 다아시를 칭찬하고 높이는 하녀장의 대사가 너무 많았다면 이러한 미묘한 감정의 표현은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3> 소설에는 없는 장면이 새로이 연출된 부분도 있다. 바로 엘리자벳이 다아시의 여동생인 조지아나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엿보다가 다아시와 만나게 되는 장면이다. 소설에서는 조지아나와 엘리자벳은 다아시의 소개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이 영화에 삽입된 이유는 아마 두 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우선 영화의 강독시간에 대한 제약 때문에 다아시가 먼저 주인공을 우연히 만나고 그 다음 날 빙리 자매와 여동생을 만나게 되는 소설의 서사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영화의 극적 긴장감을 불어 넣기 위해서이다. 소설에서는 이런 극적 긴장감 보다는 엘리자벳의 혼란스러움의 감정을 세세하게 묘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런 면에서 이 장면은 소설을 효과적으로 각색했다고 할 수 있다. 극적 긴장감을 불어 넣었을 뿐더러 영화의 특색도 잘 활용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