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1일 유럽재정위기진단 2호

스페인 금융경제위기
: 부동산 거품의 붕괴와 그 후유증
작성자 발표일 e-mail 박형준 글로벌정치경지연구소 연구위원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hyengjpark@gmail.com

목차 * 1. 2. 3. 4. 5. 6. 요약 ‘몰핀’에 의존하여 생존해 가는 세계 경제 그리스에서 스페인으로 스페인 재정위기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 부동산 투자 붐과 건설호황 은행의 부실화 악순환의 소용돌이

요약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좀 잠잠해졌다 싶으면 어김없이 다시 불거진다. 6월초 에는 그리스가 총선 이후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고, 긴축정책 불이행과 유로존 탈 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세계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재구성된 그리스 연립정부가 긴축약속을 지키기로 하면서 유럽재정위기 사태가 소강상태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얼마 가지 않아 스페인의 구제금융 요청이 가시화 되었고, 다시 한 번 세계금융시장은 출렁거렸다. 이번에는 유럽중앙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 은행들에게 1천 억 유로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 로 사실상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뿐일 것이다. 마치 몰핀에 의존하여 통증을 잠시 잊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중증 환자처럼 세계금융시장의 주체들은 더 강한 약을 원하며 한고비 한고비를 넘기고 있다. 이런 현상은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금융시장에서도 그 동안 펼쳐 온 양적완화 정책의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바로 또 다른 양적완화 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 가을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도 대규모 채권 만기도래가 예정되어 있다. 세계금융시장은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다. 그러면 이제 어떤 카드를 쓸 수 있을까? 지난번 글에서 주장했듯이, 유로존 국가의 재정위기는 재정의 방만한 운영이나 포 퓰리즘적 복지지출에서 그 원인을 찾기보다는 부채에 의존한 부의 축적을 추구한 신자유주의 체제의 파산여파로 이해해야 한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믿고 어마어마한 빚을 내어 투자를 하면서 쌓인 부채가 다 정리될 때까지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지금 현재의 모습만 보면 국가부채 문제가 세계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련의 위기전개 과정을 살펴 보면,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의 위기국면을 만들어 낸 원인이기보다는 결과라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위기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➀ ➁ ➂ ➃ ➄ ➅ ➆ ➇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금융공황 그 여파로 스페인 부동산 가격 하락, 건설경기 위축 악성채권으로 은행권 부실화 지방정부 재정상황 악화 중앙정부의 금융지원 강화가 오히려 국가적 재정위기로 확대 성장전망 취약과 불확실성 확대로 외국자본의 철수 추가로 부채를 늘려 기존의 부채를 갚아야 하는 악순환 자력으로 채권발행 한계점 도달, 구제금융 불가피

스페인의 위기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독일보다 더 건전하게 운영되었던 국가재정이 투기거품으로 축적된 부채를 떠안으면서 일순간에 위기에 빠졌음을 알게 된다.

스페인 금융경제위기: 부동산 거품의 붕괴와 그 후유증

유럽재정위기진단1호 글이 나갔던 (2012년) 6월초에는 그리스가 총선 이후 연 립정부 구성에 실패하고, 긴축정책 불이행과 유로존 탈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세계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다행히 도’ 다시 치러진 총선에서 유로존 잔류와 긴축이행을 약속한 신민당 중심으로 연립정부가 구성되면서 그리스 문제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얼 마 가지 않아 스페인의 구제금융 요청이 가시화 되면서 다시 한 번 세계 금융 시장은 출렁거렸다. 이번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스 페인 은행들에게 1천 억 유로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구제금융’ 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뿐일 것이다. 이탈 리아의 대규모 만기도래 채권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출렁임은 곧 다시 재현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면 이제 어떤 카드를 쓸 수 있을까? 지난번 글에서 주장했듯이, 유로존 국가의 재정위기는 재정의 방만한 운영이나 포퓰리즘적 복지지출에서 그 원인을 찾기보다는 부채에 의존한 부의 축적을 추 구한 신자유주의 체제의 파산여파로 이해해야 한다. 이번 글부터는 스페인을 시작으로 PIIGS 국가들을 개별적으로 들여다보면서 그 동안 얼마나 심각하게 거품이 형성되었고, 그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스페인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에 앞서, 현재 세계경제가 처한 상황을 개괄함으로써 전반 적인 이해를 돕도록 하겠다.

1. ‘몰핀’에 의존하여 생존해 가는 세계 경제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좀 잠잠해졌다 싶으면 어김없이 다시 불거진다. 2009 년 말 그리스의 재정적자 규모가 수정발표 된 이후 지금까지 3년 간, 만기가 도래 하는 채권 ‘뭉치’가 생길 때마다 세계 금융시장은 계속 반복하여 요동치고 있다. 그 때마다 시장의 주요 참여자들은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한다. 처음 그리스 사 태가 터졌을 때는 유로존 차원에서 개별 국가에 대한 특별 지원형태로 금융지원을 약속했고, 이후 그리스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도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유럽금융안정기구(EFSF, 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와 유럽안정메커니 즘(ESM) 설립해 상설적인 위기관리 체계를 확립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상황이 호 전되기는커녕 2011년에 들어서면서 GDP기준 세계 8위와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국가부채 위기를 맞는다. 이에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 로존 국가들은 EFSF와 ESM의 대출여력을 1조 유로 이상으로 늘리고, 신재정협약 을 도출하며 국가재정과 부채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잠식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리 고 유럽중앙은행ECB은 2011년 말과 2012년 초 두 차례에 걸쳐 1조 유로 상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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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저리대출프로그램(LTRO)를 실시해 은행들의 유동성을 해소함과 동시에 PIIGS 국가들의 국채수요를 높여주려는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이러한 대응책들 덕분에 잠시 금융시장이 잠잠해졌지만, 약효는 오래 가지 않았다. 시장의 주체들은 다시 더 ‘강한’ 처방전을 원했다. 마치 몰핀에 의존하여 통증을 잠 시 잊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중증환자처럼. ‘몰핀 경제’는 비단 유럽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세계경제의 중심 미국은 이른바 양적완화QE에 의존해 겨우겨우 생 존해 가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 주체들의 최대 관심사는 연방준비이사회가 언제 QE3를 실시할 것이냐에 쏠려 있다. 아래 그림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단적으 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 증시를 비롯해 세계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금융적 지원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차트1.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주식시장

출처: Yahoo Fiance (음영은 양적완화정책이 펼쳐진 기간) (http://finance.yahoo.com/q/hp?s=%5EGSPC+Historical+Prices) 차트1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과 S&P500 지수의 상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2008년 말 금융공황 직후 실시된 QE1과 2011년 실시된 QE2, 그리고 최근까지 실행된―단 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사는 방법으로 시중금리를 조절하는―오퍼레이션 트위스 트까지 포함해, 3번의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미 연준은 (자산계정 증가를 기준으로) 약 2.5조 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 덕분에 부동산의 폭락, 산업의 침체, 9%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2008년 금융공황 발생 이전의 수준으로 주가지 수를 회복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유동성장세’에 의한 것으로 연준의 금융지원 정책이 끝나면 그 때마다 시장은 흔들리고, 투자자들은 새로운 지원책을 요구하고 나선다. 더구나 연준이 푼 시중자금은 산업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금융시장 내부에 서만 돌고 있다. 산업에서 이윤의 확대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투자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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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종료시점이 다가오자 바로 미 연방준비이사회를 향해 QE3를 실시하라고 또다시 ‘아우성’ 치고 있다. 지금 유로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그 자체는 근원적으로 미국의 상황과 하등의 차이도 없다. 두 지역 모두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펼쳐진 과도한 레버리지(대출)에 의존한 자산 가치의 팽창, 특히 부동산 버블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문제의 핵심에 는 금융기관의 과도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자리 잡고 있다. 2008년 세계금융공황 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과 건설경기 침체를 겪으며, 금융기관들 대부 분이 대출한 자금의 부실화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총체적 파탄을 막기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융기관들에 대해 엄청난 금융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유로존의 국가들과 미국 모두 2008년 이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규모 가 급격히 높아졌고, 각국 중앙은행의 자산계정도 크게 늘어난다. 그렇지만 재정위기는 유로존에 집중된다. 국가부채 규모로 보자면 유로존 국가들이 미국보다 심각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미국은 2008년 금융공황의 근원지였지만, 아 이러니 하게도 위기 이후 자본유입이 확대되었다. 세계기축통화국의 이점을 향유하 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국회에서 국가부채 한도만 높여주기만 한다 면, (훗날 더 큰 재앙을 몰고 올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에는 외부요소에 별로 구애받 지 않고 적자재정 구조를 지속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연방준비이사회를 통 해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펼칠 수도 있다. 재정위기가 유로존에서 더 크게 부각 되는 이유는 정치적 통합이 경제적 통합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플레이어들은 EU에 대해 미국 수준의 정책대응을 요구하고 있는데, EU의 규정상 그렇게 할 수 없는데다가,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이 자국의 이해득실을 계산하며,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정책대응을 기피하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의 개별 중앙은행 은 발권력이 없기 때문에 양적완화 정책을 독자적으로 펼 수 없는데다가, 산업이 침체되어 조세수입을 증가시킬 수도 없고, 외국자본이 계속 이탈하고 있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설상가상, 국가신용등급이 떨 어져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는 자체적으로 국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 해 이미 구제금융을 받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그 기준이 되는 국채수익률 7% 에 근접해 있는 실정이다. PIIGS의 유로존 탈퇴라는 극단적 ‘해결책’을 택할 것이 아니라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EU와 ECB가 경제적 통합과 정치적 통합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좁히는 획기적인 제도개혁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 대통령 올랑드와 독일 총리 메르켈이 7월 27일 정상회담을 갖은 후 “독일 과 프랑스 양국은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그런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음을 내비췄다. 이미 6월에 있었던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는 스페인에 대한 사실상의 구제금융을 결정하면서, 주요 은행들에 대한 공동의 감 독기구와 제도적 체계를 확립하는 것을 조건으로 ECB가 직접적으로 은행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최근 ECB는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채권을 무제한 매수해서라도 국가부채 위기를 해소하고 유로를 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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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겠다고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올랑드와 메르켈의 발언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앞으 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지금까지 독일이 거부해 왔던 ‘유로본드’일 것이다. 금융시장 주체들이 줄곧 요구해온 사항이기도 하다. 유로본드는 유로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채무를 보증하고 공동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현재 개별 국가별로 발행해 지고 있 는 국가채무를 유로본드로 상당부분 대체한다면, 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PIIGS는 훨 씬 낮은 금리의 채무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 같이 신용도가 놓은 나라들은 지금보다 높은 이자 부담을 안기 때문에 그동안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 정책카드를 거부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연합’을 강화하는 조건으로, 유로본드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이야 기를 흘리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10월에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가 대규모로 만기에 도래한다고 한다. 9월 어느 시점에 이와 관련해 금융시장이 다시 한 번 크 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유로본드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 다.

2. 그리스에서 스페인으로 최근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관심의 초점이 그리스에서 스페인으로 이동했다. 그리 스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는 이미 구제금융 스케줄이 확정되어 있 기 때문에, 그리스 정부가 긴축약속만 이행한다면 이미 확립된 EFSF와 ESM체계에 서 예정대로 지원금이 지급될 것이다. 금융시장의 관심은 이제 스페인이 전면적 구 제금융을 공식적으로 신청할지의 여부에 쏠려 있다. 이미 7월 20일에 ECB가 스페인 은행들에 1천 억 유로를 직접 지원하는 형태로 사 실상의 구제금융을 실시하기로 결정되자, 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스페인 10년 만 기 국채 금리가 일시적이지만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7%를 돌파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스페인의 발렌시아 주 정부가 재정파탄에 빠져 중앙정부의 지원을 공식 요 청하면서, 시장의 동요는 더 커졌다. 발렌시아 주 정부뿐만 아니라, 카탈루냐, 무르 시아, 카스티야 라 만차, 발레아레스 제도, 카나리아 제도, 안달루시아 등 스페인의 17개 자치지방정부의 거의 절반이 중앙정부의 금융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Bloomberg에 따르면(ECB's Rescue Worsen Spain, 2012/08/08), 10월에 290억 유로 (약 40조 원) 규모의 국채가 만기 도래한다. 스 페인 상황은 앞으로 점입가경으로 세계금융시장 교란의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자력으로 시장에 국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지만, 금리가 7%에 육박하 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어떤 형태 로든 EU나 유로존 차원의 금융지원이 불가피하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은 그리스보다 훨씬 강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기준 스페인의 (명목) GDP는 약 1조 5천억 달러로 한국보다 4천 억 달러 정도 높다. GDP순위는 EU내에서 5위, 세계 12위에 위치한다. 스페인은 GDP 3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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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 달러의 그리스보다 5배 정도 큰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다.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면, 세계경제에 그 만큼 강한 충격을 줄 것이고, 소요되는 비용도 많을 것 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구제금융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 처해있지만, 스페인 은 계속해서 전면적 구제금융 가능성을 부인하고 ‘편법’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다. 지금까지는 ECB가 국채를 시중에서 매입하는 방법, LTRO라는 3년 만기 저리 대출을 통해 스페인 은행을 지원하고 그 돈으로 국채를 사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통 해 금융지원을 받아왔다. 그리고 최근에 새롭게 결정한 방법은 ECB가 스페인 은행 에게 직접 1천억 유로 규모의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 연말까지 약 500억 유로, 2013년까지 총 2천억 유로 정도의 국채만기가 도래할 예정이기 때문 에 우회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경제 전문 싱크탱크인 Open Europe은 “Regional debt, National problem: is Spain heading for a full bailout?"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스페인이 전면적 구 제금융을 받게 되면, 앞으로 3년 간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자체 조달할 수 없게 될 것이고, 2015년 중반까지 약 6,5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이 필요하게 될 것 으로 내다보았다. 이는 현재 확립된 EFSF와 ESM이 2014년 중반까지 확충할 수 있는 대출여력 5천억 유로를 넘어서는 금액이기 때문에, 다른 제도적 대응체계가 요구된다. 이미 그리스에 2,400억 유로 , 아일랜드에 850억 유로, 포르투갈에 780 억 유로를 각각 지원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만약 스페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까 지 금융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전개된다면, 단순히 유로 존의 운명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경제가 파국을 맞는 사태로 발전할 것이다.

3. 스페인 재정위기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 무엇이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도록 만들었을까? 그리스를 시발로 남유럽의 재정위 기가 세계경제 위기의 중심문제로 자리 잡게 되자, 주류 언론 대부분은 무분별한 복지지출과 방만한 재정운영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PIIGS 국가 모두를 한 묶음으로 이야기 했다. 재정위기 문제가 불거질 당시 국내에서는 무상급식을 가지 고 여론이 둘로 갈라지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던 시점이라 사실에 근거한 분석 보다는 이데올로기적 선전이 더 강조되었다. 실제로 PIIGS 각국의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 규모의 시계열 변화를 살펴보면, 위와 같은 주장의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는 사실이 들어난다. 차트2는 스페인의 재정적자 규모와 국가부채 규모를 독일과 OECD평균에 비교하여 나타낸 것이다. 재정적자 규모와 국가부채 규모 모두 명목 GDP 대비 퍼센트로 표 현한 지표들이다. 차트에 따르면, 스페인은 2008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 생하기 이전까지 매우 건전하게 재정수지를 유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2000년부 터 2004년까지는 적자재정이었지만 GDP대비 0.45% 수준으로 거의 균형재정에 가 까웠다. 게다가 2005년부터 2007년까지는 평균 1.9%의 흑자재정을 운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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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까지 스페인의 재정운영 건전성은 EU평균은 물론 독일보다 훨씬 안정적이 었다. 이러한 재정 운영으로 스페인의 상대적 국가부채 규모는 2000년대 들어 오 히려 줄어든다. 2000년 GDP대비 국가부채는 66.5% 수준이었는데, 2007년에는 42.3%였다. 차트2. 방만한 재정운영?

출처: OECD Statistics (http://www.oecd.org/statistics/) 그러나 스페인의 재정수지는 2008년 금융공황을 계기로 급격히 나빠진다. 2008년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가 4.5%로 반전되더니, 2009년에는 11.2%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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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수치가 2010년에는 9.3%, 2011년에는 8.5%로 이후 조금 호전되긴 했으나, 여 전히 심각한 수준을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국가부채 규모도 빠르게 증가해 2007년 (GDP대비) 42.3%에서 2011년 74%로 거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스페인의 재정수지와 국가부채 시계열의 이러한 변화는 재정위기가 현재의 위기국 면을 만들어 낸 원인이기보다는 결과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면 위기의 진 짜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주범으로 꼽히는 것은 부동산 투기와 건설경기 호황 이다. 단일한 인과관계의 의미로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악순환이 일어나는 시발점의 의미이다. 위기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➀ ➁ ➂ ➃ ➄ ➅ ➆ ➇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8년 금융공황 그 여파로 스페인 부동산 가격 하락, 건설경기 위축 악성채권으로 은행권 부실화 지방정부 재정상황 악화 중앙정부의 금융지원 강화가 오히려 국가적 재정위기로 확대 성장전망 취약과 불확실성 확대로 외국자본의 철수 추가로 부채를 늘려 기존의 부채를 갚아야 하는 악순환 자력으로 채권발행 한계점 도달, 구제금융 불가피

이러한 일련의 악순환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4. 부동산 투자 붐과 건설호황 차트3. 부동산 거품: 모두가 부자가 되는 길?

출처: GeoCodia (http://www.geco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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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이 겪고 있는 현 위기의 출발점은 1990년대 후반기부터 불어닥친 부동산 투 자 광풍이다. 물론 스페인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2008년 전 세 계 금융공황의 진원지도 미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였다. 스페인 사람들도 그 흐름에 편승해서 부자가 되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2008년까지는 자고 일어나면 자산이 불어나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그 꿈이 허망한 것이라고 말했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 았을 것이다. 차트3은 1990년대부터 2008년 금융공황 직전까지 얼마나 급격히 주 택 가격이 상승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차트의 두 그래프는 스페인과 미국의 주택 가격지수를 비교해 나타낸 것이다. 비교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1995년 1월을 100 으로 잡고 지수를 다시 산정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지기 시 작한 2007년 전까지는 스페인과 미국의 주택 가격이 거의 같은 패턴을 그리며 상 승하였다. 이후 미국의 주택 가격은 급격히 하락한 반면 스페인의 주택 가격은 2008년까지 상승을 지속한다. 2008년 1월 기준 스페인 주택가격지수는 326으로, 1995년에 비해 3배가 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다시 말해, 13년 동안 226%가 오 른 것이다. 차트4. 비정상적인 건설경기 호황

출처: UN Economic Commission for Europe; Eurostat; 한국은행 *참조: 스페인과 독일은 UNECE 데이터, EU평균은 Eurostat, 한국은 한국은행 데이터 사용. UNECE가 Eurostat 수치보다 1퍼센트 포인트 이상 낮게 나오는 경향을 가지고 있어 실제로는 스페인과 EU평균의 차이가 더 큰 것으로 판단됨. 부동산 투자 붐 덕분에 스페인의 건설부문은 초호황을 누렸다. 차트4는 스페인의 건설경기가 ‘비정상적’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차트4의 네 그래프는 스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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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독일, EU, 그리고 한국의 GDP에서 건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각각 표현한 것이다. 스페인의 건설부문 비중은 1997년 7.1%에서 꾸준히 증가해 2006년에는 12.1%로 5퍼센트 포인트 증가한다. 이는 2006년 건설부문의 상대적 비중이 1997 년에 비해 70%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평균값을 구해보면, 스페인 건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5%였다. 이는 EU 평균 6.5%에 비해 무려 4퍼센트 포인트가 높은 값이고, ‘토건국가’ 한국의 평균값 7.3%보다도 3.2퍼센트 포인트 높았다. 건설부문의 초호황은 이 분야에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 했던 것으로 보인다. 2007년 기준 스페인 전체 고용에서 건설부문이 차지하는 비 중은 13.7%였다. 이는 EU평균 7%보다 6.7% 포인트 높은 수치였고, 독일의 5.4% 보다는 무려 2.5 배 이상 높았다(Eurostat). 하지만, 이 건설부문의 고용은 많은 부 분 값싼 이민 노동자들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트5. 스페인 경제의 요소생산성 변화 출처: IMF 국가 별 보고서 (2011년 7월: p.8) 건설부문과 부동산의 호황은 1990년대 후반부터 스페인 경제성장에 효자 노릇을 했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동안 스페인의 평균 실질GDP 성장률은 3.9% 였다(Eurostat 참조). 같은 기간 EU 25개국 평균 성장률은 2.5%, 독일의 평균 성 장률은 1.5%에 비하면 매우 급속한 성장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IMF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부터 2008년 세계금융공황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주택건설에 대한 투자가 평균적으로 스페인 경제성장의 약 6분의 1을 담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GDP 성장에 관한 이러한 높은 수치들이 겉보기는 화려했지만, 그만큼 실속이 있진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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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건설부문의 생산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 부분이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팽창하 고 다른 부문의 상대적 비중이 축소됨으로써 스페인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떨어졌 다. 차트5는 1995년을 기준으로 스페인 경제 전체와 제조업, 건설, 부동산 부문의 총요소생산성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뿐만 아니라 기술, 경영체제, 법제도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서, 경제학에서는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에 흔히 기술 혁신의 의미를 부여한다. 스페인 경제는 건설부문과 부동산 부문 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증가한 반면, 총요소생산성은 크게 떨어졌다. 이 는 스페인의 경제성장이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간접적으로 말 해주고 있다. 요약하면, 스페인의 높은 성장률은 단지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차트6. 미분양 신규주택건수 출처: IMF 국가 별 보고서 (2011년 7월: p.18) 주택경기의 활성화는 이러한 부정적인 파급효과뿐만 아니라, 엄청난 수의 미분양 주택을 양산함으로써 스페인 경제의 회복을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차트6은 IMF보 고서를 인용해 스페인의 신규주택 중 아직 팔리지 않고 있는 주택의 수를 나타낸 것이다. 스페인 건설교통부의 통계와 Caixa 카탈루냐 저축은행의 통계 사이에 존재 하는 약간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미분양 신규주택 수가 70만 채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통계는 금융기관에 차압된 주택이나, 공사가 중단된 주택, 그리고 분양된 이후 되팔려고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Bloomberg에 의하면(Bloomberg News, 2012/05/12), 이러한 빈집을 모두 포함하 면, 미분양 주택은 전국적으로 약 200만 채에 이른다. 지중해에 접해 있어 휴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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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 유명한 말라가(Malaga) 해변을 지나면, 곳곳의 고급주택단지 들이 눈에 띄는데, 거의 절반이 텅텅 비어있다고 한다. 이 지역을 비롯해, 스페인의 여러 휴양지 도시 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고급 휴양지에 ‘유령주택’이 밀집된 이유는 호황기 에 이루어진 주택건설 투자의 많은 부분이 부유한 외국인 수요층을 겨냥해서 이루 어졌기 때문이다. 은퇴 후 지중해 연안으로 이주하거나, 별장을 갖고 싶어 하는 돈 많은 베이비붐 세대 유럽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서 ‘묻지마’ 투자를 강행했지 만, 세계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지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5. 은행의 부실화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로 인한 스페인의 건설경기와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서, 가 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스페인의 저축은행들이었다. 건설 호황기에 지역의 저 축은행들 중심으로 모기지 대출 확장을 주도했고, 그에 필요한 자금은 상업은행들 이 담당했다.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출 중 주택관련 대출이 약 70%를 차지하고, 전체 스페인 은행의 모기지 대출 중 56%를 저축은행이 담당하고 있다(2009년 기준). 또한 상업은행들은 이 자금을 국내 저축에서 충당하기보다는 해외자본의 차입과 대출로 확보했다. 이로 인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외국 자본의 철수로 스페인 금융권 전체가 연쇄적으로 위기에 빠지게 된다. 최근 ECB가 스페인 은행권에 1천억 유로 규모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동안 은행권 의 부실을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해결해 왔는데, 국가도 부채위기에 처하면서 더 이 상 스페인 혼자 힘으로는 금융시스템 붕괴 위험을 막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 문이다. 차트7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스페인 금융권의 부실채권의 급격한 증가가 일어났 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두 그래프는 금융권 전체 대출 중 부실여신 비율과 건설부문 대출 중 부실여신 비율을 각각 표현한 것이다. 2007년까지 금융권의 부 실여신 비율은 1% 미만에 머물러 있었지만, 2008년 3.4%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1년 말에는 7.6%에 이른다. 이에 해당하는 연체된 대 출액은 약 1,300억 유로이다. 이러한 금융계의 부실여신 증가는 건설부문 대출의 급속한 악성화에 기인했다. 건설부문에 대한 대출 중 부실여신 비율은 2007년 0.6%에 불과했지만, 2008년 5.7%로 10배 가까운 규모로 늘어난다. 그 후 건설경 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부실여신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건설부문 부실여신의 비율이 2010년에 13.5%로 증가했고, 2011년 말에는 급기야 20%를 돌파했다. 액수로 따 지면, 약 800억 유로의 건설부문 대출이 부실화 된 것이다. 주택구입을 위한 가계 대출의 부실여신 비율은 2011년 말 기준 2.8%로 2005년 0.4%에 비해 7배로 높아 졌다. 하지만,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스페인의 주택 가격은 차트3에서 보았듯이, 상대적으로 늦게 조정이 시작되었고, 앞으로 추가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은행의 부실여신 규모 역시 더 증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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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트7. 스페인 금융권 부실여신 변화(단위: 퍼센트)

출처: IMF, Spain: Financial Stability Assessment (2012년 6월) 급속한 부실여신의 증가로 건설부문 대출의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저축은행들이 무 더기로 파산위기에 몰렸다. 스페인 정부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FROB(Fondo de Reestructuración Ordenada Bancaria, 은행권 구조조정 기금)을 설립하고, 채권발 행을 통해 약 1천 억 유로의 기금을 확충해 금융권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계 획했다. IMF에 따르면, 2012년 3월말까지 이미 232억 유로의 자금이 직접 투입되 었으며, 부채보증과 유동성 공급까지 포함하면 스페인 GDP에 13%에 해당하는 1,400억 유로 규모의 지원책이 이미 동원되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실 저축은행 들이 통폐합되거나, 상업은행에 흡수되었다. 2007년 45개였던 저축은행의 수가 2012년 현재 11개로 줄었다. 이러한 조치들로 금융위기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흡수통합으로 저축은 행 부실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를 은행권 중심으로 전이했다. 예를 들어, 부 실화된 7개의 저축은행을 통합해 만들어진 뱅키아Bankia는 부실이 심화되어, 지난 5월에 190억 유로의 정부 금융지원이 결정되었다. 대형 상업은행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차트8은 스페인의 두 핵심 은행인 싼탄더Santander와 BBVA, 그리고 스페인 국채의 CDS스프레드 변화를 표현한 것으로서, 은행들의 안정성 악화 과정 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CDS스프레드는 위험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그만큼 돈을 빌릴 때 이자율이 높아진다. CDS스프레드의 급격한 증가는 시중에서 신용이 그만큼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두 은행의 CDS스프레드는 2006년 말까지는 43bp 이하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나, 2009년 이후 저축은행의 부실화 확산과 스페인 금융권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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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트8. 스페인 주요 은행과 국채 CDS스프레드 변화(basis point = 1/100퍼센트)

출처: IMF, Spain: Financial Stability Assessment (2012년 6월) 2009년 말 82.8bp였던 CDS스프레드는 2011년 말에는 400bp를 돌파한다. 스페 인에 대한 시장의 전반적인 불신이 증폭되면서 스페인 국채의 CDS스프레드도 거의 비슷한 패턴을 그리고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스페인의 금융기관들과 정부는 더 큰 이자비용을 물면서 기존의 부채를 또 다른 부채로 돌려막기 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 져버렸다. 결국 2012년 6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스페인 은행권에 1천억 유로의 금융지원이 승인되었다. 이제 스페인은 더 이상 독자적으로 돌려막기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6. 악순환의 소용돌이 스페인이 1990년대 후반부터 건설호황과 부동산 투자 붐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자본조달 비용이 대폭 낮아진 데 기인했다. 유로존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고정 환율로 인한 스페인 상품의 가격경쟁력 하락보다는 신용등급의 지나친 고평가였다 고 생각한다. 1997년 이전까지는 (10년 만기 국채 기준) 독일과 스페인의 이자율 차이가 3% 이상을 유지했으나, 유로존이 출범하면서 그 차이는 0.5% 이하로 줄어 들었다. 차트8에서 확인했듯이, 2009년까지는 이자율 차이가 1%를 넘지 않았다. 이는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스페인이 (그리스와 포르투갈도 마찬가지로) 국제금융 시장에서 거의 독일 수준의 신용등급 지위를 누렸다는 의미다. 스페인 은행들은 그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낮은 이자비용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었고, 그 결 과 엄청난 규모의 외국자본이 부동산 투자와 건설부문에 흘러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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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트9. 스페인의 순외채 변화와 외채의 ‘사회화’

출처: Eurostat;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차트9는 2000년대 들어 스페인의 외채가 얼마나 급격히 증가했는가를 보여준다. 차트의 세 그래프는 스페인의 순외채(즉, 채무-채권), 스페인 국가부문의 외채, 금 융기관들의 외채를 GDP에 대비하여 퍼센트 단위로 표시한 것이다. 스페인의 GDP 대비 순외채는 2002년 26%에 불과했다. 이후 급격히 늘어나, 2010년에는 92%까 지 높아졌다. 외채의 증가를 주도한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주요 대형은행들이 었다. 금융기관들이 스페인의 전체 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말 기준으로 45%였다. 금융기관들이 외국에 진 채무는 2002년 GDP대비 48%에서 2009년 78%로 증가했다. 7년 동안 62% 증가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2008년을 기점으로 국가부문의 외채비율이 높아지는 반면, 금융기관 의 외채비율은 줄어드는 경향을 띤 것이다. 외국채권자들이 2008년 이후 대출의 연장을 기피하고, 대거 빠져나가면서 금융기관의 외채가 줄어든 것이다. 이는 금융 기관들의 안정성 지표를 급격히 악화시켰고, 스페인 정부는 앞에서 설명했던 FROB 를 설립해 약 1천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고 은행부문의 구조조정을 실시 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국 제금융시장에서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국가부 채는 급격히 증가했고, CDS 스프레드가 자력으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채권금리 마지노선인 7%에 근접하면서, 스페인 정부의 구제금융 요청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 고 있다. 차트2에서 확인했듯이 2000년대에 들어 스페인 정부의 재정운영 건전성 은 매우 높았고, 국가부채의 수준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민 간부문의 부채를 국가가 떠맡게 되면서 국가 전체가 부도의 위험에 빠져버린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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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트10. 스페인 국채 매입 비중

출처: JP Morgan Cazenove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인용) 지금까지 스페인은 전면적인 구제금융의 필요성을 부인해 왔다. 그럭저럭 금융시장 에서 자력으로 채권을 발행해 디폴트 상황을 모면해 왔다. 그러나 스페인 국채 매 입 주체를 살펴보면, 상황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트10 에서 알 수 있듯이, 스페인의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외국 은행들은 국채 매입을 대폭 축소했다. 2010년 말까지는 45% 이상을 외국 은행들이 담당해 주었 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최근에는 30%까지 비중이 축소되었다. 반면, 스페인 국내은행의 스페인 국채 매입은 30% 수준에서 45%까지 높아졌다. 유럽중앙은행이 2011년 말과 2012년 초에 실시한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의 영향이 컸다. ECB는 은행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1조 유로 규모의 3년 만기 대출을 1%의 저리로 풀었 다. Bloomberg통신에 따르면, 2012년 3월말 기준으로 이 중 2,276억 유로가 스페 인 은행으로 흘러들어 갔다. 스페인 은행들은 대출받은 자금 중 일부를 스페인 국 채를 사는 데 사용했다. 지금 당장은 이러한 임시방편이 통하겠지만, 앞으로 스페인 의 재정위기가 더 악화되면 국채의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이고, 이는 다시 스페인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더 취약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표1] 유럽 은행권의 스페인 국채 보유 규모(단위: 억 유로)
그리스 3 아일랜드 100 포르투갈 187 이탈리아 232 프랑스 1072 독일 1300 유럽 전체 4741

출처: the BIS International Statistics (2011년 3월) 위기의 악순환이 단지 스페인 국내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신자유주의의 금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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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화는 채무-채권 네트워크를 광범위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채무국의 위기가 쉽게 채권국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PIIGS의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1은 유럽 은행권이 보유하고 있는 스페인 국채의 규모를 정리한 것이다. 유럽의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 는 스페인 국채는 총 4,741억 유로에 달한다. 이 중 50%는 프랑스와 독일의 은행 들이 보유하고 있다. 스페인이 디폴트에 빠지면 그만큼 프랑스와 독일에 주는 타격 도 클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최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올랑드 프랑스 대 통령, 드라기 ECB총재가 모두 나서서 유로존 사수 의지를 천명했다. 이는 스페인의 경제비중이 그리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뒤에는 이탈리아가 금융지원 ‘번호표’를 들고 서있다. 유로존 국가들은 스페인 은행에 대한 1천억 유로 의 직접지원 결정으로 시간을 버는 데 일단 성공했다. 10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가 대규모로 만기 도래하기 때문에, 그 전에 유로존 정상들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만약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세계경제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최악의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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