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짙게 깔린 어두운 새벽 한시. 그녀는 친구들과의 생일파티를 즐기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택시를 타고 집 근처에서 내려 좁은 골목길을 걷는 그녀. 두 손 가득 케이크와 선물을 들고 들뜬 마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아직 완전한 겨울은 아니지만 새벽이고 바람이 불어 왠지 모르는 한기를 느낀다. 옷을 여미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빠르게 걷다 집 앞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담벼락에 기대 담배를 피고 있었고, 바닥에는 담배가 한 가득 쌓여있다. 아마 몇 시간 동안 그곳에 서서 그녀를 기다린 것 같다.
"어디 갔었어?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시간을 봐. 내 전화는 왜 안받았니?" 그는 다소 흥분한듯 보였다.
"네가 여기에 왜 있어? 우리 헤어졌잖아." 그녀는 어이없는 미소를 띄며 그에게 반박했다.
"누구 마음대로 헤어져. 나는 너랑 헤어진 적 없어."
"소름 끼치는 소리 하지 말고, 늦었으니깐 너희 집으로 돌아가."
"아니. 난 돌아가지 않아."
"뭐?"
"축하해. 너의 마지막 생일."
이 말을 끝으로 그는 주머니에서 이산화탄소를 적신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뒤에서 빠르게 입을 막고 움직이지 못하게 껴안았다.
두 시간 뒤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눈은 검은색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입은 테이프가 붙여 져있고, 손과 발은 의자에 끈으로 묶여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도 사라졌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듯 했다. 절망감에 빠져있는 그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일어났구나. 상황파악 중이니? 궁금 할 테니 내가 간단하게 설명해줄게. 여기는 우리 집 지하실이야. 이 장소를 아는 건 나밖에 없어. 그 뜻은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걸 뜻해. 나는 네게 뱀의 독을 주사했고, 넌 서서히 죽어 갈 거야. 난 너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유일한 사람일 것이고 난 네가 죽고 나면 같은 방법으로 자살할거야. 답답하지? 테이프는 떼어줄게."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난 이제 네가 싫어서 헤어지자고 했을 뿐이야!!"
"바로 그 점이 네 잘못이야. 영원히 날 사랑한다고 약속했지만 넌 지키지 않았어. 그래서 난 우리가 영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곧 그렇게 될 거야."
"개자식아! 당장 나를 보내줘!!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거야?"
"물론이지. 난 우리가 헤어졌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어. 우리는 함께여야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