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로의 초대-기말리포트] 2012/12/17

신화 속, 삶의 의미

201102351 산업경영공학과

이제까지 삶에 대한 나의 철학은 모호하며 구체적이지 못하였다. 단지 매일의 경험을 토대로 느껴지는 것에서만 그쳤고 언어로서 정리하지 않았다. 이제와 ‘신화학’에 대한 고찰을 기반으로 삶의 의미에 대하여 정의하고자 한다.
나는 이전까지는 인류에게 신화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였다. 어린 시절 읽던 만화로 그린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나에게 그저 재미있고 신비한 만화책에 불과하였고 희미하게나마 용기와 희망을 교훈으로 주는 옛날이야기라고 느낀 것이 전부였다. 커오면서 나는 ‘문명화되지 못한 사회에서 꾸며내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일 뿐인 신화가 이렇게나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저 비현실이고 허구인 읽을거리에 불과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실제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의 친구인 한 방송사 여직원이 저명한 신화학자 조셉 캠벨(Joseph Campbell, 1904-1987)에게 자신의 친구로부터 들은 것에 대해 물었고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은, 부서진 질그릇 부스러기가 문화인류학의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듯이 신화 따위의 잔재가 우리의 믿음이라는 내면적 체계의 벽에 줄지어 있다는 점이다.”라고 대답했다. 신화란 과학적인 설명이 제공되지 않았던 시대에 단지 꾸며서 전해져온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그들의 세상을 설명하고자 했던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신화를 통해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의 대상과 그들의 인생관, 더 나아가 세계관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구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와 인연이 있는 이런 잔재가 현재에 어떤 에너지로 작용한다. 그리고 의례가 바로 이 에너지를 촉발한다.”는 것이 캠벨의 생각이다. 인간의 생각은 시대적으로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화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인간의 상상력과 지성의 근원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신화는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언제든지 발휘할 수 있는 영적 잠재력을 반영하고 있고 그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자아를 실현시켜 현실로부터의 탈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이다. 자신의 내면으로 이끌어진 개인은 신화를 통해 성장하고 현재의 위치를 자각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자아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사회 또는 환경에서 주어지는 자아를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를 동적인 사회 속에 정적인 개인이라고 하고 싶다. 삶의 목적을 이루는 것, 많은 사람들이 이를 위해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는 당장 눈앞의 문제일 뿐, 우리는 그 근본에 대하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것만 생각하는 것은 반복된 모순을 낳을 것이다. 내 당장의 눈앞에 놓인 문제는 장녀로서,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학생으로서의 본분(공부)을 다하며 21세기의 새내기성인으로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하여 알찬 미래를 그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위 말하는 삶의 목적을 이루어 내는 것이 삶의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들은 단지 내게 주어진 임무(페르소나)일 뿐 진정한 자기실현에서 찾아진 것이 아니다. 개인이 목적으로 하는 것이 과연 그를 진정 원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신화 속에서 우리의 내면적 문제, 내면에 관한 신비를 만나고 내면적 성숙을 위한 통과의례의 문턱에 직면하면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면세계에는 무엇이 있을까? 19세기 이후의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의 정신분석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우리가 아는 마음인 의식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의식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했고 그 두 정신을 수면 위로 떠오른 일부와 그 아래 거대한 덩어리로 이루어진 빙산에 비유했다. 고로 프로이트에 의하면 우리의 내면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크고 모호한 것임에 분명하다. 그는 무의식의 발원이 억압된 유아기의 성욕에서 생성된다고 보았다. 보편적인 인간의 성욕은 유아기에 생성되는 데 그는 이 성 에너지를 리비도(Libido)라 명명하고 거부할 수 없는 가장 막강한 힘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억누를 수 없고 억누르면 안 되는 것을 억압하는 데에서 무의식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제자였던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은 무의식의 발원과 그 역할에 대하여 프로이트의 주장에 반대했다. 융은 인간의 마음을 의식과 개인적 무의식과 집단적 무의식으로 나누었다. 그가 말하는 집단적 무의식은 개인적 특성과는 무관하게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부분이다. 즉 그가 말하는 집단적 무의식은 아주 먼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라나 지리적조건, 인종, 시대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생각하고 말하고 느끼고 행동한 것들로 구성된 것이다. 즉, 다시 말해 집단적 무의식은 선험적이고 보편적인 인류의 특성이다. 융은 신화나 꿈을 통해 이러한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자아(ego)는 내가 알고 있는 ‘나’이고 자기(self)는 의식과 무의식을 통틀어 하나인 ‘그 사람 전부’이다. 융은 자기를 ‘개성’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이는 흔히 생각하는 자아의 특수성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전체 성품을 뜻한다.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전부이자 그 사람의 본성이며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그가 그 자신이 되게끔 하는 원형인 것이다. 자아가 모르고 있던 자기는 그 모습을 드러내 삶에 참여하려 하기 때문에 신화를 읽거나 꿈을 꿀 때 그것의 원형이 왕, 영웅, 전사 나 십자가, 모형, 만다라(mandala)등 상징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기(self)는 의식으로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자기를 실현하기 위해 신화 속에 나타나는 상징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융의 주장이다. 융에 있어서 무의식과 의식은 대상적인 관계를 가진다. 무의식은 의식에 대립적인 힘을 가지며 그 힘은 보상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실현과정에서 인간의 정신은 이 두 대립적인 요소를 통합하려는 성질(전일성)을 가진다.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인 자기실현은 친숙한 것에서 낯설고 외로운 것으로의 변화이고 이 대상적인 특성과 전일성 때문에 인간으로 하여금 불안을 야기한다. 이에 인간은 조각난 자기로 살지 않겠다는 결단과 편하고 친근한 것들과 결별하는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신화에서는 주로 영웅의 모험으로 나타난다. 캠벨은 자신의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동서고금의 영웅 모험담의 보편적인 구조에 대하여 분석한다. 보통 영웅은 어렵게 용기를 내어 불안을 이겨내고 ‘모험에로의 소명’에 수긍하거나 때로는 떠밀려서 평온하고 안정된 일상으로부터 ‘분리’한다. 그 이후 죽고 태어나는 ‘출발’ 단계를 거쳐 ‘시련의 길’로의 ‘입문’을 하고 마지막으로 ‘홍익’의 단계를 거쳐 ‘귀환’하게 된다. 캠벨에게 영웅 모험담은 이러한 보편적인 구조를 띄며 우리의 내면과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신화 속 영웅은 자기를 실현한 사람이고 모험은 자기실현과정이다. 앞서 말했듯 사람은 각자의 부여 받은 의무를 다하는 것을 목적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단편적이고 일률적인 삶 속에서 우리의 자아는 무의식 속에서 완전하기를 소망하게 된다. 나도 착한 딸이자 누나, 언니로서, 대학생으로서, 사회의 풋내기로서의 앞에 놓인 삶에 따라 살아지는 것 대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알고 나로 살아가고 싶어 하는 내면의 나를 만나는 순간이 있다. 나는 가끔 착한 딸, 누나, 언니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항상 공부해봤자 취업은 저 멀리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내 미래는 그 누구의 미래처럼 좋아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을 한다. 나의 내면은 가끔 이런 부정적인 대화를 한다. 나는 아마도 비교적으로 온전한 '나'가 되고 싶은 것 같다. 온전한 나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 이때, 이미 자기실현을 끝마치고 “귀환”한 영웅모험신화의 책을 덮을 때쯤 그 영웅은 우리의 자아의식에게 속삭인다. 모험을 떠나라고. 이때 영웅모험신화는 나에게 자기(self)가 촉구하는 대로 모험을 떠날 수 있게끔 하는 인도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신화 속에서 영웅은 ‘시련의 길’로의 모험에서 무찔러야 할 적도 만나고 같은 편이 되어주는 조력자도 만난다. 이때의 적과 조력자 모두 그 영웅이 알지 못했던 그 자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만약 그의 무의식이 없었다면 모든 게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적을 무찌르는 것에서 자기실현으로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적의 목을 배는 것, 내 안에 갇혀 있던 자기를 속박하는 나의 의식의 고리를 끊는 것과 같이 할 수 있다. 적을 죽이고 나를 구해서 더 넓은 나를 만나는 것. 즉, 자기를 실현시켜 내는 것. 그것이 영웅모험신화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삶의 의미인 것 같다. 캠벨은 <신화의 힘>에서 우리 안의 괴물을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냐는 질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서 선택한 일이라면 바로 그겁니다. 만일에 ‘아니 내가 그걸 어떻게 할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한다면 이게 바로 우리들 안에 갇혀 있는 용입니다. ‘안 돼, 나는 작가가 될 수 없을 거야.’ 라든지 ‘나는 아무개가 하는 일은 도저히 할 수 없을 거야.’ 이렇다면 이게 바로 우리들 안에 갇혀 있는 용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신화 속 영웅의 죽음과 재탄생은 그만의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세상의 그것과 같다.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는 신화 속에서 보편적인 상징(원형)으로 나타난다. 같은 맥락에서 설명하자면, 융의 관점에서 현대에 이르러 영웅모험담은 드라마나 영화화되어 끝임 없이 등장하는 것은 언제어디서든 인간은 집단 무의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웅은 삶에서 분열되어있던 자기를 하나로 통합한 존재인 동시에 ‘홍익’을 실현한 존재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가 있다. 적을 무찌르는 것은 자기 자신을 구하면서 동시에 세상도 구한다. 자신을 구한 인간은 생명력을 갖게 되고 생명력 있는 인간의 영향력은 세상을 구할 만큼 강력하다. 감명 깊게 본 영화 중 ‘쿵푸 판다’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포’는 뚱뚱한 먹보인데다 겁쟁이이며 순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려는 악당 ‘타이롱’과 맞서 싸우기까지 그는 긴 내적 혼란을 겪는다. 자신이 왜 영웅이어야 하는 지, 이 일을 하는 게 맞는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인 것 같다는 불편함으로 고민한다. 하지만 결단과 용기와 인내심으로 그는 스스로를 극복하여 악당을 물리친다. 자기실현에 성공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포’는 우리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준다. 바로 아무리 바보 같아 보이는 자일지라도 누구에게나 숨겨진 재능이 있으며, 그것을 개발하는 건 개인 재량이라는 것이다. ‘비법은 없다.’는 아버지의 말에 힘을 얻어 타이롱과의 전투에 임하는 포의 모습은 고수의 자세를 충분히 보여준다. 결국 포는 묶여있던 자신도 구원하고 그 구원된 생명력으로 마을도 지켜낸 것이다.

캠벨과 마찬가지로 신화학에서 저명한 클로드 레비스트로스(Lévi-Strauss, Claude, 1908~2009)는 구조주의 학파로서 신화를 인간의 지적도구로 파악하였다. 그들은 신화를 인류 보편적인 모순과 해당 문화의 특수한 모순을 반영하는데 쓰이는 지적 도구이고 상징적 수준에서 그 모순을 매개하거나 해결하는데 쓰이는 지적 도구라고 분석한다. 인류 보편적 모순이라 하면, 죽음의 문제, 창조의 문제, 자연과 문화의 대립, 부계와 모계의 대립등과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들은 끊임없이 여러 상징적 요소들을 결합시키고 재결합시키면서 신화에 표현된다. 그들은 신화의 각 항목들이 무엇을 상징하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서 출발하여, 상징들 간의 관계들이 이루는 구조(모형)를 도출하고, 최종적으로 그 구조를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 그들은 신화 항목들의 상징성은 언어의 음소와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는 의미를 생산할 수 없고, 상징성들 간의 관계들이 의미를 생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화는 ‘신화소’들의 체계에 따라 의미를 생산한다. 신화소란 신화에서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는 모티프들을 뜻한다. 문화인류학에서 말하는 인류문화의 가장 보편적인 특징은 ‘의미화의 욕망’이라고 한다. 자신의 행동에 광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함에서 신화는 의의를 갖는다. 레비스트로스는 ‘신화는 언어이다.’라고 하며, ‘신화적 상징들이 이루는 관계는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라 지리적, 심리적, 사회적, 우주론적, 초월적 등등 다차원적이고, 따라서 신화는 지리상의 도식, 심리학적 도식, 사회학적 도식, 우주상의 도식 등등이 하나의 복합적 전체를 형성하여,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다차원적 의미들을 한꺼번에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프랑스어로 'Parole'과 ‘Langue’는 각각 언어와 말(의사소통 체계로서의 언어)를 뜻하는데, 이때의 'Parole'를 ‘문화’로 ‘Langue’를 ‘신화’라고 비유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신화가 음식을 날것으로 먹는 것과 요리해서 먹는 것과 같은 실제적으로 경험되는 대립들을 제시하며, 그러한 대립들을 풀거나 조절해주기를 바란다. 즉, 그에게 신화란 세계에 관한 것이기 보다는 인간의 마음에 관한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의 마음이 대립적인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에 그것이 세계에 투사되고 그래서 세계도 대립적으로 구조화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신화는 존재하는 근본이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모순을 해결하려는 결정적 시도이다.”라고 한다. 여기서의 근본이란 삶에 있어서의 걸림돌이다. 필요에 의해서 혹은 욕망이 원하기 때문에 한계를 극복해야 하지만 너무 위험하다거나, 능력 밖이거나 하는 이유들로 그렇지 못하는 경우에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신화를 만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신화를 만들어 냄으로써 무시무시하다거나 진절머리가나는 존재(자연, 신)을 끊임없이 읊어주고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풍자적으로, 또 때로는 숭고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여 친근한 대상으로 바꾸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인생을 욕망의 총채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인간에게 욕망은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단면이다. 욕망은 끝이 없다. 또한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하기 때문에 자신의 현실과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 것들을 바라기 마련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욕망을 다 채울 수는 없는 법이라 비어있는 만족의 주머니를 어려서는 어리광으로 커오면서는 시기와 질투로 표현되어 왔다. 세 명의 자녀를 둔 나의 부모님께서는 장녀인 나로 하여금 근검절약을 실천하여 손아랫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길 원하셨다. 하지만 동생들은 나와는 다른 자아를 가지고 성장하였으며 대조적으로 만들어진 자아를 가진 나와는 다른 동생들의 모습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나는 못하고 저들에게는 당연한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굉장히 괴로운 것이었다.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만족의 주머니에 질투와 시기를 담고 있는 날들은 기억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하다. 그때의 나는 굉장히 어둡고 우울하며 잘 울던 작은 악마였다. 괴로움을 덜고 싶어 책에서 해답을 찾기 시작했을 때, 신화가 내게 미친 영향은 그런 것이었던 것 같다. 극복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할 줄을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에게 위안이 되어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욕망이 인간을 옭아매는 순간 그는 행복할 수 없다. 작은 악마이던 시절의 나에게서 행복했던 기억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약간의 위안과 해소는 나로 하여금 스스로 한계와 승부를 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에서 삶의 의미를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를 실현했다는 것은 과연 삶의 의미를 찾은 것일까? 캠벨에 대한 연구를 하며 줄곧 머릿속에 떠다니던 생각이다. 또한 근본이 가진 한계로 인해 채워지지 못한 욕망이 위안을 받으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신화학을 통해서 찾은 삶의 진정한 의미는 과연 무엇일지 고민해보았다. 삶의 의미에 대하여 논하면서 행복이란 단어를 뺄 수는 없을 것이다. 행복하지 않을 때의 인간에게는 삶의 의미에 대한 생각은 무의미하다.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란 지금까지로 미루어 보건대 첫째, 자기실현을 통해 공허함으로 인한 고통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게 하고 끊임없이 생겨나는 욕망을 채워 넣고 충만한 내면으로 사랑을 이룰 수 있고 도덕적이고 양심적으로 사는 것이다. 둘째는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만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취해 열심히 하는 것에 집중하여 걱정과 근심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로 얻어지는 마음의 평온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평온과 행복.